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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시리즈 캐비닛(Movie cabinet)

[화양연화] 영원한 사랑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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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비정전>(1990), <중경삼림>(1995), <해피투게더>(1998)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왕가위 감독의 영화로 2000년에 개봉했습니다. 그의 영화답게 미장센은 감각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장만옥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의상들은 말할 것도 없이 1962년의 홍콩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분위기와 화려한 색감 등은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충족시킵니다. 영화 '화양연화'를 소개합니다.

 

|  배우자의 외도로 만나게 된 두사람

소려진(장만옥)과 주모운(양조위)은 우연히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소려진의 남편은 해외출장이 잦고, 호텔에서 일하는 주모운의 아내는 바쁜날이 많다. 어느날 소려진과 주모운은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몰래 만나고 있음을 직감한다. 둘은 만나 이 사실을 확인하고,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동질감을느끼게 된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만남을 이어가고,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상처를 서로 위로하며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주모운은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꿈으로만 접어 두었던 무협소설 쓰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평소 무협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는 소려진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주모운은 무협소설을 쓰기 위한 작업실을 핑계로 호텔방을 구하고, 그곳에서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출장을 이유로 집을 비우는 동안 밤 늦게 들어오는 때가 잦아진 소려진에게 집주인 손부인은 충고를 건낸다. 또, 그녀의 무역회사 대표는 자신의 불륜은 생각하지 않고 소려진의 외도를 의심하며 경멸의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주변의 시선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고 한동안 둘은 만나지 않는다. 

 

|  울지말아요바보같이  그래요진짜도 아닌데.”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 서있는 두 사람. 둘은 그들처럼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주모운은 그녀를 떠나기로 마음 먹고 그녀와의 이별 연습을 부탁합니다. 연습일 뿐이었는데, 그와의 헤어짐에 소려진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이 영화의 전체를 지배하는 색은 녹색과 빨강입니다. 녹색은 중국에서 불륜을 상징하는데 ‘녹색 모자를 썼다’는 의미는 남자의 아내나 여자가 바람을 피웠다는 의미로 이 영화 전체에 걸철 지배적인 색감으로 사용됩다. 빨간색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정열, 열정을 상징하는데 주모운과 소려진이 함께했던 호텔의 복도와 그곳을 처음 찾던 소려진의 의상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남녀 주인공이 탔던 택시와 함께 했던 식당 등 영화의 많은장면 속에서 초록색과 빨간색이 동시에 대조를 이루며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사랑의 시작은 어디서부터 였을까?

집을 먼저 보러 온 것은 소려진이었습니다. 손부인을 만나 이사를 약속하고 그 곳을 나서는 찰나 뒤늦게 찾아온 주모운과 눈이 마주칩니다. 한걸음 늦은 주모운은 손부인의 집을 놓치고 옆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둘은 같은 날 이사를 하게 됩니다. 좁은 장소로 동시에 이사를 하게 된 덕분에 이삿집은 매우 혼잡스럽고, 자신의 집으로 잘 못 온 책을 들고 주모운은 소려진의 집을 찾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두번째 만남입니다. 우연으로 시작된 이 만남은 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이후 두 사람은 배우자의 불륜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 이후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한 동질감을 공유하며 더욱 깊어지게 됩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요? 서로에게 끌리게 된 이유가 정말 배우자의 불륜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처음 만난 순간의 설명할 수 없는 끌림때문이었을까요? 말은 솔직하지 않으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이의 눈빛과 표정은 숨기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고 맙니다. 그들과는 다를 거라 믿었지만그렇지 않았다.’는 말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자기 고백인 동시에 거짓말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은 그들과 상관없는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  영원한 사랑의 완성

사랑의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개인을 둘러싼 사회와 관습은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일탈을 방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둘에게 아름답고 간절한 것일 지라도 세상의 관습이 용납하지 않는 사랑은 인정받을 수 없고, 그들 자신조차도 그런 사랑을 지켜낼 용기가 없습니다.

 

주모운은 결국 싱가폴로 떠나고 소려진은 떠나는 그를 붙잡지 못합니다. 서로 헤어짐에 아파하지만 다시 만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순간은 그렇게 끝을 맺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그 집에서 소려진은 주모운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주모운 역시 그 집을 찾아가 보지만 애써 그녀의 흔적을 찾으려 하진 않습니다. 

 

 시절은 지나갔고 시절이 가진 모든 것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정원이 그랬고,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마틸드가 그랬듯 인생에 있어 눈물 겹도록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은 기억 속에서 변치 않고 남아 있을 것입니다. 주모운은 캄보디아 고대의 사원에 둘의 사랑을 영원히 봉인하고 그렇게 둘의 영원한 사랑은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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