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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시리즈 캐비닛(Movie cabinet)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 극도의 긴장감이 선사하는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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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원칙은 사라지고 오직 힘있는 자만이 살아 남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를 소개합니다.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에밀리 블런트, 베네치오 델토로, 조쉬 브롤린

 

|  '악'을 소탕하기 위해 '악'을 행하다

납치된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현장을 급습하는 FBI 아동인질전담반. 한차례 총격전이 벌어지고,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동료들은 총탄으로 뚫린 벽 속에 서있는 무언가를 보고 놀란다. 급하게 벽을 뜯어낸 팀원들의 눈앞에 시체가 즐비하게 서있다. 소노라 카르텔이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그곳에 숨겨 놓은 것. 

 

사건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은 창고에서 수상한 장소를 발견하고, 그곳을 여는 순간 폭발물이 터지며 2명의 경찰이 숨지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사건 직후 회의실로 불려온 케이트. 직속 상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띈다. 어딘가 불량해 보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는 케이트에게 소노라 카르텔을 소탕하는 작전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건넨다. 그의 이름은 맷 그레이버(조쉬 브롤린). 새롭게 꾸미게 될 카르텔 대응팀의 팀장이다. 케이트는 맷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맷이 이끄는 카르텔 대응팀에 합류한다.

 

케이트는 맷과 만나기로 약속한 공군기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앞으로 함께 하게 된 그의 이름은 알레한드로(베네치오 델 토로).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이 작전은 무엇인지 케이트에게 설명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한 그녀. 맷의 팀은 케이트에게 말했던 앨파소가 아니라 멕시코 영토인 후아레스로 출발한다. 

 

아무런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작전을 진행하는 맷의 태도와 콜롬비아에서 보낸 알레한드로의 정체를 알게된 케이트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맷에게 표출한다. 이에 대해 맷은 원치 않으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케이트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 결국, 작전에 참여하기로 한 케이트는 알레한드로와 함께 차량에 탑승해 후아레스로 향한다. 눈 앞에 펼쳐지는 참혹한 모습들. 도축장에 매달린 고기처럼 대낮의 길거리에 죽은 사람들이 벌거벗긴 채거꾸로 매달려 있다. 

 

소노라 카르텔의 간부 기예르모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국경을 넘어서는 순간 차는 막히고 의심스런 차량 2대가 호송대열로 접근한다. 이를 눈치챈 호송대원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결국 2대의 차량에 탑승해 있던 소노라 카르텔 조직원들은 총격전 끝에 모두 사살되고 만다.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맷의 알 수 없는 행동들은 계속된다. 맥시코 불법 이주자들을 빼내 무엇인가를 심문하기도 하고, 소노라 카르텔 간부의 돈세탁 현장을 잡고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 일을 처리하려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케이트는 자신의 FBI 상관들에게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보고하고 항의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케이트는 더욱 혼란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  절정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최고의 스릴러

이 영화는 시작부터 긴장감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목표지점을 향해 돌진하는 장갑차 속 FBI요원들의 모습과 긴장된 표정. 이를 몇 배로 고조시키는 심장박동과도 같은 사운드트랙. 목표지점으로 보이는 주택 앞에서 멈출 생각을 않는 장갑차는 주택을 들이받고 이어 FBI요원들과 그곳에 있던 조직원들과의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는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습니다. 역시 영화의 도입부 국경을 통과하기 직전 카르텔 조직원들과 호송대원들간의 총격전 역시 오래도록 각인되는 명장면중에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는 이유는 러닝타임동안 몰아붙이는 극한의 긴장감 때문입니다. 그런 숨막히는 긴장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메마른 사막의 기후와 닮아 있는, 건조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와 이를 몇 배로 고조시키는 뛰어난 사운드 트랙때문입니다.

 

출산 직후 이 영화에 참여한 에밀리 블런트(케이트)와 조쉬 브롤린(맷)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미친 존재감을 마구 뿜어내는 베네치오 델토로(알레한드로)의 연기는 카리스마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압도적인 연기와 이미지는 이 영화의 전부를 나타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의 표정과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향해 달려드는 맹수와 같으며, 마약으로 폐어가 된 황량한 사막의 도시와 닮아 있습니다.

 

여기에 요한 요한슨의 심장소리와도 같은 긴장감 넘치는 ost는 관객의 가슴을 더욱 조여옵니다.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이 영화에서 드니 빌뇌브와 함께 작업하며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게 되고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결과적으로 영화의 완성도와 지배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늑대들의 땅이 된 인간의 

알레한드로는 케이트를 찾아와 이런 말을 합니다. 아직 법이 존재할 만한 어딘가로 떠나라고, 여기는 당신이 살아남을 수 없는 늑대들의 땅이라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는 후아레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어디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지요. 지금 우리도 법과 원칙은 사라지고 오직 힘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알 수 없는, 혹은 알면서도 모른 채 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이 냉혹하고 잔인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 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받아들이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인간의 땅에서 인간다움을 찾기 힘들어지는 비극적인 현실은 더 많은 늑대들을 태어나게 하고, 겁에 질린 약자들은 늑대의 먹이가 되거나 두려움을 피해 날뛰다 서로의 덫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케이트는 늑대들의 땅을 떠나야 할까요? 아니면 늑대들의 땅에서 남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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