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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시리즈 캐비닛(Movie cabinet)

[폭풍 속으로] 세상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발견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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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폭풍속으로>는 1991년에 개봉했습니다.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는 작품성을 인정받은 <허트 로커>(2010), <제로 다크 서티>(2013)를 연출한 캐서린 비글로우의 작품으로 거칠고 남성적인 이야기를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끌어가는 솜씨와 인물의 심리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탁월한 감독입니다. 

 

<폭풍 속으로> 역시 이 두 영화처럼, 은행강도와 그들을 추적하는 FBI요원, 거친 파도 속에서의 서핑과 스카이 다이빙 등 남성적인 매력들을 짜릿하고 속도감 있는 영상으로 표현해 내면서 조니와 보디의 관계와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높은 파도처럼 시원한 웰메이드 액션영화입니다. 이 영화 <폭풍속으로>를 소개합니다.

 

|  자신도 모르게 보디의 삶과 매력에 빠져드는 유타

 

뛰어난 성적으로 훈련을 마치고 FBI가 된 조니 유타(키아누 리브스)는 은행강도 전담반에 배치된다. 선배들은 조니를 애송이 취급하지만 그에게는 FBI의 자부심과 의욕이 넘치고 있다. 반면 그의 파트너가 된 안젤로 파파스(게리 부시)는 열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현장 경력 22년차의 퇴물 고참이다.  이제 둘은 3년간 27곳의 은행을 털고 달아난 전설적인 은행강도를 잡기위해 나선다. 

 

그동안 추적해온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은행강도들이 여름 한철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란 결론을 내린다. 이제 여름이 지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그들을 잡기 위해 조니는 바다의 서퍼들 사이로 잠입하기로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서핑은 처음이라는 것.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자연스레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타일러(로리 페티)에게 접근한다. 조니와 타일러는 서핑을 함께하며 서로에게 빠져들고, 어느날 보디(패트릭 스웨이지)와 마주하게 된다. 웬일인지 처음 본 조니에게 호감을 느끼며 호의를 베푸는 보디. 이후 조니는 보디와 함께 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와 서핑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  익스트림 스포츠의 짜릿함과 시원한 액션을 느끼고 싶다면

영화의 시작부터 이어지는 시원한 서핑 장면과 조니의 빗속 사격 장면은 보는 이의 눈을 스크린에 고정시키고, 관객이 직접 파도에 올라타 서핑을 즐기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단연 스카이 다이빙 장면입니이제 여름은 끝나가고보디는 은행을  돈을 챙겨 파도가 기다리는  다른 곳으로떠날 계획을 세웁니다그동안 자신들을 속여왔던 조니에게도 복수가 아닌자신들이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조니에게 보디가 그렇듯보디 역시 조니가 자신과 닮아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보디는 조니를 비행기에 태우고 하늘로 오릅니다비행기는 정해진 고도에 올랐고차례로  명씩 푸른 하늘로 몸을 던집니다지옥같은 세상을 벗어나 무엇에도 방해 받지 않고 거침없이 하늘을 유영하는 것이야말로 보디에게 진정한 자유 자체입니다같은 공간에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자유와 형언할  없는 짜릿함을 느끼며조니가 함께 합니.

 

|  전설적인 두 배우의 매력 넘치는 모습

푸른 하늘을 수직 하강하며 스카이 다이빙을 즐기는 패트릭 스웨이지의 모습은 하늘을 나는 새의 비행처럼 부드럽고, 춤을 추는 댄서처럼 우아합니다. 숨가쁜 추격전 끝에 더이상 보디를 쫓을 수 없게 된 조니는 도망가는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지만 도망을 멈추고 가면뒤로 자신을 바라보는 보디의 눈빛에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못합니다. 이 장면에서 클로즈업 되는 패트릭 스웨이지의 눈빛은 조니를 향한 보디의 말을 대신합니다. 그에게는 불안하지만 완고하고, 강렬하지만 부드러우며, 남자답지만 여성스런 상반된 느낌들이 공존합니다. 단단하게 잘 다듬어진 몸과 부드럽고 우아한 그의 몸짓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또 하나 이 영화가 가진 매력 중에 하나는 가장 눈 부셨던 키아누 리브스의 리즈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매트릭스>를 이야기하지만 그가 존재만으로 화려하게 빛났던 영화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폭풍속으로(1991)>와 <아이다호(1991)>일 것입니다. 특히, 리버피닉스와 함께출연했던 <아이다호>에서 그의 모습은 푸르른 청춘,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패트릭 스웨이지의 매력 넘치는 모습과 청춘의 상징이었던 키아누 리브스의  꽃같던 시절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  자신조차 몰랐던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순간

조니가 FBI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에게 복수 하겠다는 동료의 말에 보디는 말합니다. 그동안 은행을 털어온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제도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인간다움을 소멸시키는 제도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동기야 어떻든 은행강도짓이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보디에게 은행은 거대한 파도처럼 거스르기 힘든, 돈으로 인간을 삼켜버린 자본주의의 상징입니다. 동시에 서핑과 스카이 다이빙, 그리고 은행털이는 인간성을 상실한 세상과 자본주의질서에 맞서는 저항이며,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죠.

 

보디 일행을 잡기 위해 그 속으로 들어간 조니는 함께 하는 시간동안 그들에게 빠져들고, 함께 자유를 느끼며 지금까지 자신도 몰랐던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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