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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는 <라스트 모히칸>(1992)으로 유명한 마이클 만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범죄 느와르의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에 개봉했으며, 국내 개봉 당시 <라스트 모히칸>의 흥행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하고, 한 스크린에서는 만나기 어렵다는 최고의 두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알파치노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재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발 킬머, 톰 시즈모어, 존 보이트, 애슐리 주드까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영화, '히트'를 소개합니다.
| 고수와 고수의 대결
빈틈없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닐 매컬리(로버트 드 니로)는 그의 팀인 크리스 시헬리스(발 킬머)와 마이클 체리토(톰 시즈모어), 트레호, 그리고 이번 계획에 처음 합류한 웨인그로와 함께 고액 채권을 강탈하기로 한다.
계획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듯했으나 채권을 탈취해 서둘러 달아나려는 순간 새롭게 합류한 웨인그로가 채권 호송요원 중 한 명을 충동적으로 살해한다.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나머지 두 명의 호송 요원까지 살해한 후 닐의 팀은 현장을 떠난다.
채권 탈취 후, 닐의 팀은 계획에 없던 행동으로 팀을 위기에 몰아 넣은 웨인그로를 제거하려 하지만 갑작스런 경찰차의 등장으로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웨인그로가 사라지고 만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LA경찰국의 강력계 반장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는 이번 사건이 매우 전문적인 범죄자들의 소행이라 판단하고 현장에서 얻은 단서를 토대로 닐의 팀을 쫓기 시작한다.
| 심장 터질 듯한 액션의 카타르시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사실적인 액션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액 채권을 탈취하는 영화의 시작, 정면으로 돌진하는 체리토의 트럭이 채권 호송차량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트럭에 받친 호송차량이 넘어져 미끄러지면서 주변에 정차된 수 많은 차량을 밀어버립니다. 이어지는 폭파장면까지 공간을 채우는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와 CG를 사용하지 않은 사실적인 촬영으로 몰아치는 액션은 이 영화에 대한 의심을 한순간에 지워버립니다.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말할 것도 없이 로스엔젤레스 시내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시가전입니다. 이 장면은 개봉 당시에도 디테한 사실적 묘사로 수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명장면입니다. 지금도 액션영화에서 총격씬의 교본으로 참고할 정도이니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장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마이클 만 감독이 밀리터리 마니아이고 그로 인해 아주 사실적이고 압도적인 총격신이 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합니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 빼곡한 빌딩숲 사이로 울려 퍼지는 총성, 경찰의 사이렌 소리와 시민들의 비명소리,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가는 탄피, 화약 연기, 그리고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까지 장면 속 모든 요소들이 사실감 넘치는 시가전을 완성합니다. 또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와 그 속에 놓여 있는 인물들을 와이드샷과 클로즈업으로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상황 속 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긴박감을 극대화해 관객들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현실감 있게 전달합니다.
이 시가전을 기점으로 팽팽했던 닐과 한나의 긴장상태는 무너지고 긴박하게 쫓고 쫓기는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닐의 작업방식은 웨인그로의 돌출된 행동으로 인해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이 시가전을 시작으로 닐과 그의 동료들은 혼란 속으로 빠져듭니다.
| 선과 악의 경계
이 영화가 범죄 느와르 장르의 정석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실감나는 액션 장면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감독은 닐 매컬리와 빈센트 한나라는 두 주인공을 통해 인간이 갖는 이중성과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경찰과 범죄자라는 설정은 선과 악이 아닌 완벽하게 추구해야할 역할로써 작용하고 그러한 상황속에서 두 주인공은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닐과 한나는 범죄자와 그를 쫓는 경찰이란 관계로 엮여 있지만 서로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느낀다기 보다 각자의 일에 대해 갖는 완벽함과 집착이라는 점에 있어 강한 동질감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닐은 동료들의 가족들과 저녁시간을 함께 하기도 하고 다른 남자와 외도를 저지른 동료의 아내를 찾아가 강력하게 경고하는 등 영화 속 범죄자의 전형을 탈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강력계 반장인 한나는 자신이 쫓는 대상을 잡기 위해 또 다른 범죄자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불법적인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대결이란 전통적 공식을 벗어나,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 집착, 그리고 관계의 갈등
빈센트 한나의 가정생활은 순탄치 않습니다. 벌써 두번의 이혼 후 세 번째 아내와 불안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그의 현실입니다. 일에만 몰두하는 그를 지금의 아내 역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간의 결혼생활이 그로 인해 순탄치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신이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범인을 쫓고 잡아들이는 일은 자신의 숙명이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은 닐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이디(에이미 브레느만)를 만나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하고 뉴질랜드로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자신과 동료들을 배신한 사람들에 대한 복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일이 범죄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에 열중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그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란 없습니다.
이러한 닐과 한나의 자신의 일에 대한 집착은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반대로 그들이 갈망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자기파괴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갈등을 일으킵니다.
이 영화는 스타일 측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 본성의 이중성과 복잡성, 집착, 도덕성에 대한 전통적 개념의 파괴 등 스토리가 갖는 메시지에 있어서도 다층적 구조를 지닌 완성도 높은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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