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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시리즈 캐비닛(Movie cabinet)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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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는 2004년 개봉하였으며, 당시 평론가들과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어린 네남매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아무도 모른다>, 소개해 볼께요.

 

|  아이들을 두고 떠나버린 엄마

엄마는 과거에도 아이들을 두고 집을 비웠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들고 오랜만에 돌아온 엄마는 아키라에게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아이들 곁을 떠난다. 그것은 아빠없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었던 엄마는 네 아이를 버려둔 채 떠난다.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은 믿을 수 없지만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 아키라와 함께 나갔던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이유를 묻는 교코에게 아키라는 일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도 아이들은 기다리지 않고 일상을 보낸다. 엄마가 집을 나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듯 하다. 

 

아키라는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음을 직감하고 엄마를 대신해 동생 교코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갈수록 아이들의 생활은 감당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에 놓이고 만다. 

 

|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이 가져다 주는 먹먹한 울림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섣부른 감정의 개입을 자제합니다. 아이들의 상황을 무심히 관찰하는 듯한 핸드헬드 촬영, 자연광과 그에 따른 렌즈의 플레어 현상 등은 다큐에 가까운 사실감을 우리에게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이야기의 진정성을 더함과 동시에 아이들에 대한 자연스런 감정의 개입을 유도하고, 아이들이 놓인 평범함 속의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아역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의 사실감을 높이고, 관객들이 깊이 영화의 스토리에 빠져 들도록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로 제57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아키라역의 ‘야기라 유야’를 비롯해 키타우라 아유, 기무라 히에이, 시미즈 모모코 등 다른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탁월하며, 처참한 상황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그들만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연기는 현실의 잔혹함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  도덕성과 인간성의 상실이 불러온 참혹한 현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남편은 떠났고 네 아이를 혼자의 힘으로 지켜내야 하는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아이들의 엄마에게 남았습니다. 하지만 네 아이의 엄마는 여자로서 개인의 행복을 갈망하고 선택하게 됩니다. 나는 행복하면 안되냐고 아키라에게 묻던 엄마의 행복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녀가 바라는 행복이 과연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점에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부모서로서의 책임에 대한 선택과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도덕성과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의 행복을 위한 선택은 자신만을 위한 안락과 쾌락으로 귀결되고 그 결과 아이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방치되고 맙니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버려진 자신과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아키라는 생존을 위한 도덕적 딜레마에 놓이게 되는데 거짓말과 편의점에서의 도둑질 사건 등이 그것이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절박한 상황에서 모호해지는 도덕적 경계에 대해서도 건조하고 직설적인 말투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  고장난 사회시스템과 인간성의 회복

이 영화가 실제 일본에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마음을 더욱 씁쓸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이 버려진 시간은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이처럼 버려진 아이들에게 일어난 참담한 사건은 사회의 무관심과 인간성의 상실이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심각하게 파괴되어 가는 인간성에 대한 문제를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작품은 아이들과 우리 사회가 처한 서글픈 현실과 문제들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하며, 꽤 오랜 시간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주변에 대한 공감과 애정 어린 관심,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개인의 도덕적 가치와 사회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더욱 가슴을 찌르며 다가오는 영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과 그 속에서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꼭 봐야할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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