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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어디에 시선을 두고 살아가고 있을까?

by 선우몽자 202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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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두고 떠나버린 엄마

엄마는 과거에도 아이들을 두고 집을 비웠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들고 오랜만에 돌아온 엄마는 아키라에게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아이들 곁을 떠난다. 그것은 아빠없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었던 엄마는 네 아이를 버려둔 채 떠난다.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은 믿을 수 없지만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 아키라와 함께 나갔던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이유를 묻는 교코에게 아키라는 일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엄마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도 아이들은 기다리지 않고 일상을 보낸다. 엄마가 집을 나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듯 하다. 

 

아키라는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음을 직감하고 엄마를 대신해 동생 교코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갈수록 아이들의 생활은 감당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에 놓이고 만다.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는 2004년 개봉하였으며, 당시 평론가들과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어린 네 남매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시선, 먹먹한 울림

이 영화에서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섣부른 감정의 개입을 자제한다. 아이들의 상황을 무심히 관찰하는 듯한 핸드헬드 촬영, 자연광과 그에 따른 렌즈의 플레어 현상 등은 다큐에 가까운 사실감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이야기의 진정성을 더함과 동시에 아이들에 대한 자연스런 감정의 개입을 유도하고 현실, 그 자체의 느낌을 전달한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의 사실감을 높임과 동시에 관객들이 깊이 영화의 스토리에 빠져 들도록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영화로 제57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아키라역의 ‘야기라 유야’를 비롯해 키타우라 아유, 기무라 히에이, 시미즈 모모코 등 다른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탁월하며, 처참한 상황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그들만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연기는 현실의 잔혹함을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  도덕성과 인간성의 상실이 불러온 참혹한 현실

언제부터인지 도덕성이란 현실에서 낯선 단어가 되었다. 개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도덕적 가치와 행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며 보수적 가치의 일부인 것처럼 치부되는 요즘, SNS에 넘쳐 흐르는 왜곡된 행복의 모습은 그것을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헛된 욕망과 쾌락, 노력과 희생 없는 안락을 꿈꾸게 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남편은 떠났고 네 아이를 혼자의 힘으로 지켜내야 하는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그녀에게 남았다. 하지만 네 아이의 엄마는 여자로서 개인의 행복을 선택했다. 그 선택에 아이들은 없었다. 나는 행복하면 안되냐고 아키라에게 묻던 엄마의 행복은 어떤 모습일까?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점에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부모서로서의 책임에 대한 선택과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도덕성과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의 행복을 위한 선택은 자신만을 위한 안락과 쾌락으로 귀결되고 그 결과 아이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방치되고 말았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버려진 자신과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아키라는 생존을 위한 도덕적 딜레마에 놓이기도 한다. 거짓말과 편의점에서의 도둑질 사건 등이 그것이라 할 것이다. 영화는 절박한 상황에서 모호해지는 도덕적 경계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있다.

 

|  고장난 사회시스템과 인간성의 회복

이 영화가 실제 일본에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마음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버려진 시간은 무척이나 길었다. 버려진 아이들에게 일어난 참담한 사건은 사회의 무관심과 인간성의 상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소외된 사람들의 욕구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데 실패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심각하게 파괴되어 가는 인간성에 대한 문제를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작품은 아이들과 우리 사회가 처한 서글픈 현실과 문제들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하며, 꽤 오랜 시간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보다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주변에 대한 공감과 애정 어린 관심,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개인의 도덕적 가치와 사회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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